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소설을 보는 내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던 문장이다. 노라 시드라는 주인공이 자살하기 몇 시간 전으로 소설은 긴장감 넘치게 시작된다. 왜 그녀는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생각하며 몰입해서 읽어나갔다. 이번 생은 뭐하나 되는 게 없다고 자책하며 키우던 반려묘마저 어이없게 그녀 곁을 떠났다. 노라는 누구에게도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느낀다. 키우던 반려묘에게마저. 일하던 곳에서도 실직을 하게 됐다. 피아노 레슨을 해주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이웃집 아저씨에게 약봉투 배달도 가끔 해드렸는데 그것도 이제는 괜찮다 하신다. 그녀는 살 희망을 느끼지 못한다. 가지고 있던 항우울제를 복용해보지만 큰 효과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자살을 하게 된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깨어난다. 그곳은 시간이 멈춘 자정의 도서관이었다. 끝도 없이 진열된 책들이 있는데 이게 다 노라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다. 이런 세계가 있다면 나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하게 되었다. 또 다른 우주의 '나'란 사람의 세상. 이를 통해 노라는 후회의 책을 보게 된다. 살면서 숱하게 해왔던 후회들, 그중에 돌이키고 싶었던 후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도서관의 사서는 그런 후회들을 빌미로 다른 선택들을 했다면 네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며 살기 싫어하던 노라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인다. 초반에는 그런 후회들을 되돌리며 다른 삶을 살게 된 노라를 마주한다. 하지만 뭐든 완벽한 삶은 없었다. 대신 그 후회들은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오면서 사라져 버린다. 더 이상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므로. 그리고 이제는 마음에 드는 삶을 선택하면 그대로 주욱 살아가도 된다고 했다.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숱한 삶들을 살아본 노라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선택에 의한 삶을 살게 된다.(그동안은 누군가의 꿈을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애쉬의 아내, 몰리의 엄마로. 그리고 깨닫게 된다. 사랑이 없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걸. 이쯤에서 내가 느낀 것은 최근에 읽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그리고 바로 주일의 설교, 그리고 이 책까지 '사랑'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강조한다는 데서 소름이 끼쳤다. 3연타의 사랑, 사랑하는 법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삶에서조차 노라는 돌아오게 된다. 그 삶에서 노라는 '살고 싶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전번에 북극 에서, 빙하학자의 삶에서 곰 때문에 처한 위기 상황에서 느낀 살고 싶음과는 달랐다.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정의 도서관에 돌아온 노라는 죽고 싶어 자살했던 그 때로부터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도서관은 무너지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오게 된 노라. '포기하지마 절대!' 엘름 부인의 그 외침을 들으며. 가장 벗어나고 싶었던 과거의 현실로 돌아왔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오빠 조한테도 그동안 나누지 못했었던 이야기들을 터놓게 된다. 그리고 만족해한다. 어떤 삶에서는 조가 알코올 중독으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때의 감정이 노라에게 충격이었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또 여기서 느꼈다. 지금 나의 가족들에게도.
인생에 있어 누구나 한번쯤은 노라처럼 인생이 무의미하다거나 살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볼 거라 생각을 한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나누며 의지할 수 있는 끈끈한 버팀목과 같은 관계가 있다면 아닐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인생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연속이기 때문에 뜻을 포기하지 말고 구체화시켜 보길 원한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다. 어떤 선택이든. 노라가 결국 나중에는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라고 느낀 것도 여러 삶의 체험을 통해 기존의 삶에서의 태도를 바꾸게 되었다. 인생이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삶이지만, 무엇이든 가능하다. 도전해보자. (아무것도 그리지않은 백지같다.)그리고 포기하지 말자. 내가 운동을 제법 꾸준히 해 본 경험도, 산티아고에서 그 힘든 여정의 끝을 맛본 경험도 다 비슷한 맥락같다. 성취를 통해서 나의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것.
적용할 점.
인생에는 결코 달콤한 맛만 있지 않다. 어떤 어려움과 고난과 시련이 닥칠 수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에. 무엇보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태도를 가질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 목록 적어 눈에 보이도록 가시화하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 매일 조금씩 운동하고 스트레칭을 한다던가, 매일 조금씩 글쓰기 연습을 한다던가. 그 시간들을 너무 SNS에 쏟지 않기. 생각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바로바로 씻고 행동하기
그리고 살아있음에, 매사에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 가족들을 많이 많이 사랑해야겠다. 주변의 사람들도. 구체적으로 안부 묻기, 자주 소통하려 하기. 같이 밥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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